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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39)일본에선 동물도 의약분업 시작했다

 

 

【코코타임즈】 일본 도쿄 시부야구(渋谷区)에 있는 '하루동물병원'(HARU動物病院)은 진료 후 보호자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는다. 대신 병원 홈페이지에 "우리 병원은 2020년 11월부터 약의 택배 서비스 '12약국'과 제휴를 시작했다"란 공지만 붙어 있다. 무슨 얘기인가? 

 

"보통 진료를 마친 후 약이 나올 때 약 조제와 포장 등에 시간이 꽤 걸리기 마련이다. 특히 몇 달 분량의 약이 나오려면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는데, 12약국 시스템을 이용하면 펫을 데리고 빠른 귀가가 가능하다." 

 

하루동물병원은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감염증 예방을 위해 가능한 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할 때도 유용하다"고도 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12약국’(わんにゃん薬局 완냥약쿄쿠)은 지난해 4월 처음 문을 연 신설 약국. 숫자 1의 일본식 영어발음 '완'이 개의 애칭인 '완쨩'과 통하고, 숫자 2의 일본어 발음 '니'가 냥이 애칭 '냥'의 자음과 같아 ‘완냥'이란 이름을 붙인 듯하다. 우리말로 하면 ‘멍이냥이약국’쯤 될까? 

 

 

 

12약국, 일본 최초의 동물 의약분업 모델


약국 운영 시스템도 여느 약국과는 다르다.  

 

 

먼저 동물병원 수의사가 약 처방을 하면, 그걸 기반으로 12약국 약사가 조제를 한다. 진료를 마친 보호자는 병원에 약값만 내고 집에 가면 그만. 약은 그 다음날 택배로 도착한다.  

 

자체 개발한 조제업무위탁 시스템 ‘Vets Medicine Operation’으로 동물병원과 12약국이 정보를 공유, 조제에서 배송까지 일괄 위탁이 가능해진 것이다. 12약국은 이런 시스템을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 신청 중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약제사법'에 약제사 외엔 약 조제를 할 수 없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동물 진료에선 예외적으로 수의사의 약 조제가 가능하다.  

 

일본 동물병원의 약 60%는 동네의 '1인 수의사 병원'. 지역밀착형 소규모 병원이다. 보호자 상담부터 검사, 진료까지 수의사 혼자서 다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약제사가 병원에 상주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수의사가 진료 후 약 조제까지 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따라 '12약국'은 "약 제조로 인한 시간 소모로 진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의 펫이 장시간 병원에 대기할 때 증상이 악화될 염려가 있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또 "동물병원은 12약국 이용으로 약품 관리와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병원 내 약제사 채용이 필요 없게 되므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도 설명한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보호자와의 상담 시간을 더 늘리라는 것.

 

약품 오남용 막는 게이트키핑(Gate-Keeping) 효과도


'12약국'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더 있다.  

 

 

일본도 동물에게 특화한 전문약이 의외로 많지 않다 보니, 사람 약을 잘게 쪼개 동물에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강아지 고양이 등 소(小)동물인 경우엔 체중에 따라 계량해 사람약 한 알을 잘게 쪼개 1회분씩 나눠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동물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약품 종류는 대략 200~300가지. 이런 정도로 모든 병의 증상에 바로 대응하기는 힘들다. 즉, 동물의료가 발전하려면 새로 개발된 신약들도 두루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 1인 동물병원들에서 폭넓은 약 선택까지는 어렵다는 것. 

 

12약국에는 인체용 약품 약 550종류, 동물용 약품 약 330종류 등 모두 900종류에 가까운 약품을 보유한다. 사용 빈도가 낮은 희소약도 있다. 

 

혹시 모를 수의사의 약 처방 실수, 또는 약물 오남용 소지를 한 번 더 걸러내는 효과도 있다. 이른바 게이트키핑(gate-keeping) 효과다. 

 

한편, '12약국'은 현재는 도쿄와 오사카에만 있다. 즉 시작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곧 북부 홋카이도, 남부 큐슈, 중부내륙권 등 일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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