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의사와 환자 간 전화를 통한 원격진료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한해 한시적으로 전화상담과 처방 등 사실상 원격의료를 일부 허용한 상황에서, 전화를 통한 진료 행위에 대해 유죄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지난 5일, 전화를 통한 진료 행위가 "의료법 제33조 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봐야 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는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르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다.
대법원에 상고한 의료인 A씨는 자신이 행한 의료행위가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르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위법"이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영위하도록 한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국민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대법원은 또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으로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행할 경우, 환자에 근접해 환자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는 일부 예외사항으로만 제한
다만, 현행법상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경우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에서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다. 의료인과 일반 환자 사이가 아니라 의료인이 더 나은 진료를 위해 다른 의료인의 지원을 요청한 경우에 한정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따라서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원격의료'의 시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 혁신 차원에서 원격의료을 도입하려는 데 반해 법원에선 전화 처방 등 원격의료가 현행 의료법상 위법이라는 판례를 내놓고 있어 일정 부분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수의사들 원격진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잇따라 수의사의 원격 진료와 처방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예를 들어 미국수의사회(AVMA)에 의하면 미국 보건복지부(DHHS)는 올해 1월 31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수의사를 포함한 등록된 의료인들에게 규제 약물을 비대면으로 처방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수의사 원격 진료에 부정적이다. 대한수의사회(KVMA, 회장 허주형)는 지난 9월 ‘동물병원 방문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고 “수의사법은 동물진료에 수의사라는 인적 요건 뿐 아니라 적절한 시설을 구비한 동물병원이라는 물적 요건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동물의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대한수의사회는 그러면서 “약사법과 수의사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사항은 무관용 고발을 원칙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격진료의 물꼬를 틀 방문진료부터 원천 차단하려는 취지인 셈이다.
현행 수의사법 제12조 제1항에는 “수의사는 자기가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하지 아니하고는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며, '약사법' 제85조 제6항에 따른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ㆍ투약하지 못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수의사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대면' 의료부터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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