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보호자는 동물 진료비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때론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물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고도 한다. 서로 의견이 팽팽하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엔 난감하다. 이에 진료비를 해부해보면 서로의 견해차를 줄여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질병이 있는 세포들은 형태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비후(hypertrophy, 세포 크기가 커지는 것), 증식(hyperplasia, 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 위축(atrophy, 세포 크기가 작아지는 것), 화생(metaplasia, 다른 세포로 변화하는 것) 등.
수의사는 이런 세포의 변화들을 관찰하며 질병을 진단한다. 그래서 특정 질병을 찾아내는 데 영상 진단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의 '비대성 심근 심장병'(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은 심장 세포 크기가 커져 심장의 이완운동이 잘 되지 않는 질병이다.
일단 X-ray 진단에선 심장의 크기가 커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다음, 초음파 검사에서는 심장 이첨판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장 수축기에 이첨판이 전방 쪽으로 치우치기(수축기 전방운동; SAM, systolic anterior motion) 때문이다.
'혈액검사'만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던 질병을 영상 진단이 조금 더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만일 이들만으로도 진단이 안되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 때도 초음파는 조직 표본을 채취하는 데 굉장히 유용하다.
영상을 통해 직접 질병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진단도구이기 때문.
X-ray와 초음파를 비교해 보면 X-ray는 일단 비용이 저렴하다. 또 빠른 시간에 촬영하여 대략적인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정도만 가능하지 세부적인 진단까지는 힘들다.
이에 반해 초음파는 X-ray보다 비싸고 진단 시간이 길다. 하지만 많은 정보를 얻어 X-ray 검사를 보완해 줄 수 있다.
어떤 보호자는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하면 안되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쪽짜리 진단이 될 확률이 높다. 때론 X-ray와 초음파 검사를 다 해도 불완전할 때도 많다. 암과 같은 종양은 CT 검사를 해야 하고, 뇌와 관련된 질병은 MRI 검사까지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X-ray와 초음파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
X-ray 검사를 하기 위해선 최소 두 사람이 필요하다. 사나운 고양이, 30kg이상 대형견이면 세 사람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방사선은 보통 10~30분이면 촬영이 가능하지만, 초음파는 심장과 복부의 경우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
게다가 엑스레이와 초음파 기기는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이들 장비 수명을 보통 5~7년 정도 생각한다면, 해마다 산정해야 하는 감가상각비도 무시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판독 능력이다. 수의사는 방사선과 초음파의 판독 능력을 기르기 위해 평생 공부한다. 영상진단 석사 혹은 박사 학위자의 판독은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해 볼 때 영상 진단의 타당한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예를 들어, 수도권 A동물병원의 X-ray 검사 비용은 장당 16,500원. 기본적으로 흉복부 4컷을 찍는다면 한 번에 66,000원이다.
또 복부 초음파는 110,000원, 심장 초음파는 77,000원이다. 그래서 X-ray 4컷과 심장초음파 흉복부를 모두 검사했을 때 검사비는 총 253,000원 정도가 든다. 기본 혈액검사 비용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X-ray와 초음파 검사는 판독이 중요하므로 그 가격 비율을 70%로 높게 잡았다. 게다가 초음파의 경우는 검사자 외 2명의 보정자가 필요하다. 인건비에다 시간도 더 걸리므로 엑스레이보다 훨씬 비싼 게 맞다.
복부 X-ray 촬영(A동물병원 사례) | |||||
순서 | 행위 | 인력 | 시간 | 가격 비율 | 가격 |
1 | 환자 보정 및 포지셔닝 | 2~3명 | 30분 | 30% | 19,800 |
2 | 촬영 | ||||
3 | 판독+보호자설명 | 1명 | 30분 | 70% | 46,200 |
총합 | 1시간 | 100% | 66,000 | ||
복부+심장 초음파 촬영(A동물병원 사례) | |||||
순서 | 행위 | 인력 | 시간 | 가격 비율 | 가격 |
1 | 환자 보정 및 포지셔닝 | 2~3명 | 30분 | 10% | 18,700 |
2 | 초음파 촬영 | 1명 | 30분~1시간 | 20% | 37,400 |
3 | 판독+보호자설명 | 1명 | 30분 | 70% | 130,900 |
총합 | 1시간 | 187,000 |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들
하지만 보호자에게 받는 시장 가격은 막상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다른 병원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고, 병원내 다른 검사와도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 예를 들어 CT 검사비가 100만원이라면 X-ray와 초음파 검사비는 그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와 함께 영상 진단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의사의 판독 능력이다. 담당 수의사의 경험과 판독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고 해도 그 특별함을 진료비에 다 담을 순 없다. 그렇게 되면 보호자 부담이 너무 커진다.
여러 검사에 대한 저항도 또 다른 변수다. 어떤 보호자는 "왜 검사를 이렇게나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혈액검사에, 영상진단에, 기타 검사까지 검사가 너무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심지어 "쪽집게처럼 골라서 검사해줄 순 없냐?"는 보호자도 있다.
반면, 수의사는 중증질환일수록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까지 이 네 가지는 최소한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진료 현장에선 항상 이런 견해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