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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함께

【일본통신】(15)"일본에도 4마리 밖에 없어요"

 

 

【코코타임즈】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는 요즘,  특히 병원균 감염에 특급 주의가 필요한 병원은 더욱 긴장감이 나돈다.  

 

어린이 병동은 더 그렇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 환자들이 있는 곳이니 주의 사항도 두배다. '가나가와현(神奈川県)아동의료센터'. 소아암 등 큰 병과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입원해 있는 전문병원이다. 

 

조용한 복도에 한 마리의 골든 리트리버가 걸어간다. 개를 발견한 어린이들이 병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얼굴을 비치기 시작한다. 

 

힘없이 계속 누워만 있던 한 남자 아이는 개를 보자마자 상반신을 천천히 세워 밝은 얼굴로 웃는다. 함께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우울증으로 평소엔 말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도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개를 쓰다듬는다. 이 골든 리트리버 '애니(アニ)'는 병원에 상주 근무하는 어엿한 직원이다. 이른바 '퍼실리티 독(facility dog)'. 

 

'퍼실리티 독'이란 동물매개치료(animal therapy)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적 훈련을 받은 개들이다. '심리치료도우미견'(therapy dog)의 한 종류이기도 하지만, 다른 치료견보다 자격 심사가 훨씬 더 까다롭다. 

 

보통 치료견은 일정 교육 이후 견주와 함께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봉사활동을 다니지만, '퍼실리티 독'은 반드시 핸들러(handler, 전문동물지도자)와 함께 행동하는 아주 특수한 치료견. 일본에도 현재 4마리 밖에 없다. 

 

 

 

 

 

 

일본 최초의 퍼실리티 독은 베일리


'퍼실리티 독'을 처음 도입 한 건 2010년 '시즈오카현(静岡県) 현립 어린이병원'이었다. 그 주인공은 골든 리트리버 '베일리(2018년 은퇴)' 였다. 지금은 병원 도서관에서 책 읽는 어린이 곁을 지키는 등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리'는 입원 중인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좋은 친구 역할을 했다. 어린이가 힘든 검사나 채혈 등을 할 땐 옆에 있어주며, 함께 잠도 자고, 또 수술실까지 따라가 마취 전 곁을 지켜주기도 한다. 어쨌든 한 마리의 개가 수술실까지 들어갈 수 있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고도로 잘 훈련된 퍼실리티 독이 탄생하기까지엔 예상 외로 큰 비용이 들어간다. '베일리'는 호주 출생으로 생후 6개월~2살까지 미국 하와이주에서 전문적 훈련을 받고 일본으로 왔는데, 첫해에 약 1천200만엔(약 1억3천 만원)의 초기비용이 들어갔다. 양도료와 훈련비, 육성비, 핸들러 인건비, 사료비, 건강관리비 등. 

 

그 후부턴 매년 900만엔(약 1억1천 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소아병동 어린이들에게 큰 기쁨과 용기를 주고 있지만, 유지비가 보통이 아닌 것이다. 

 

 

 

 

일본에서 이 '퍼실리티 독'을 들여와 파견하고 있는 곳은 비영리법인 '샤인 온 키즈(シャインオンキッズ, shine on kids)'. 힘겹게 투병하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사업이다.  '샤인 온 키즈'는 개인과 단체, 기업들로부터의 기부금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여파로 각종 후원 이벤트 등도 중지, 연기되는 바람에 위기에 놓였다 한다. 그렇다고 큰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가만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가족과의 면회도 제한된 이 때야말로 퍼실리티 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샤엔 온 키즈' 법인의 발기인 세노오 리에(妹尾理恵)씨도 16년간 길렀던 개를 떠나보낸 적이 있었다. 일본주조청년협의회가 수여한 '사케 사무라이(酒サムライ)'란 칭호를 갖고있을 만큼 술에 대해선 박사인 그녀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술병 라벨에도 들어간 퍼실리티 독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주조회사와 손잡고 퍼실리티 독의 이름을 붙인 술을 만들게 됐다. 수익금 일부가 퍼실리티 독 파견사업에 기부되도록 한 것. 2병 가격 4천800엔(5만8천원) 정가의 1/3 정도인 1천400엔이 '샤엔 온 키즈' 활동지원비로 기부된다.  

 

 

1857년부터 고급 순곡주를 만들어온 '이즈미바시주조'(泉橋酒造)는 이어 경영자 부부는 그 이전부터 펫 사진을 붙인 술을 내놓고 있었다. 그런 펫 사랑이 자연스레 기부와 연결이 된 셈이다. 

 

그런데, 자신의 펫 사진이 붙은 술병 라벨이라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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