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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와 함께

【일본통신】(12)실버 반려인들 위한 드림하우스

 

 

"친구같은 나의 펫과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내 몸도 병들고 펫도 병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령 펫과 함께 사는 고령의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 번씩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도 보호자가 건강하다면, 비록 펫이 병들어 아프더라도 돌보기가 그리 어렵진 않다.  

 

반대로 펫은 건강한데, 보호자가 병들면 곤란하다. 펫시터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에 더해 보호자와 펫 모두 병들거나 아픈 경우라면, 이 땐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만약 보호자가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거의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펫을 누가 보살필 수 있을까. 

 

실버펫도 실버노인도 함께 행복한 곳?


그런데, 이런 비상 사태가 온다 해도 아무 걱정 없이 반려동물과 쾌적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본 오사카성 가까이에 있는 동네 타마츠쿠리(玉造). 그 곳의 한 빌딩 안에 '펫 공생형 유료 노인홈'이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실버타운쯤 된다. 이름도 '페피 해피플레이스’(PEPPY HAPPY PLACE). 

 

 

보통 노인홈(실버주택)등은 한적한 동네나 교외에 많이 있는데, 이 곳은 시내 한가운데다. 지하철과도 가깝다. 또 이곳 빌딩 안에는 반려동물 야간구급센터, 2차 진료센터, 동물 간호전문학교가 함께 들어 있다. 오사카시 수의사회 사무국도 있다 하니, '펫 공생형 노인홈’ 입지로 이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옥상에는 도그런, 1층엔 펫카페 겸 팻용품 판매점까지 있으니 노령층 보호자가 멀리까지 갈 필요도 거의 없다. 

 

이 ‘해피 플레이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조언을 준 이는 수의사 ‘호소이도 타이세’(細井戸大成) 선생. 

 

동물매개치료(animal therapy) 활동, 재해지역 동물구조 등 봉사활동에 오랜 경험이 있는 수의사다. 

 

초고령사회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해 해외 시설들도 수없이 시찰해 본 뒤 무엇보다 일본에 맞는 펫 공생형 노인홈을 만들어냈다. 

 

노인홈 이름에 들어있는 ‘PEPPY’는 펫 관련용품 판매로 유명한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또 동물간호 전문학교도 운영하고 있는 페피가 오사카 수의사회, 동믈간호사회, 건축관계자 등과 2년 간의 협의 끝에 탄생시킨 곳이 바로 이 것. 각 분야 전문가들 지혜가 한 데 어우러져 탄생한 공간인 셈이다.

 

A타입, K타입 등 2가지 모델이 서로 다른 특징 있어


먼저 A타입의 방은 실평수 11평으로 방 하나와 거실 겸 주방, 화장실과 세면실로 된 구조다. 거실에서 잘 보이는 장소에 펫 전용 공간이 있다. 여기엔 전용환기 시설이 있어 냄새 걱정도 없다. 

 

 

창문 방충망은 발톱에 잘 찢겨지지 않는 화이버글래스 소재를 사용했다. 미끄럼방지 바닥재는 관절이 약해진 노령 펫과 시니어 보호자에게 도움이 된다.벽지의 냄새 방지 기능도 필수다. 

 

특별한 것은 현관문과 방문 모두 작은 펫 전용 출입구가 있다는 사실, 문이 닫혀있어도 강아지 고양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또 펫시터가 오더라도 거실 안쪽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기 때문. 

 

현관문을 열면 화장실 등 물 사용 가능한 곳을 입구에 먼저 배치했다. 산책하고 돌아오면 사료주기, 배변시트 치우기 등을 입구 쪽에서 마칠 수 있도록 한 것.  

 

또 다른 K타입에는 테라스가 있어 바람을 쐬며 쉴 수가 있다. 물론 펫이 밖으로 뛰어나가지 못하게 금속 소재의 단단한 망을 설치했다. 이 곳 캣워크엔 하늘을 나는 새들 보느라 냥이들이 종일 바쁘단다.  

 

씽크대 앞에 롤스크린을 설치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요리 중이거나 식재료가 놓여 있을 때 펫이 뛰어올라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의 자연스런 선택


여기 입주하려면 60세 이상의 펫 사육자나 사육 희망자여야 한다. 개는 2마리까지, 고양이는 3마리까지 데려올 수 있다.  

 

 

요양시설이 아닌 실버주택이다보니 보호자가 어느 정도 건강함은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노환이나 병으로 간호가 필요해지면 방문 간호나 펫시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입주비는 예치금 형식으로 일시불 또는 일부를 분할로 낼 수 있고 월 관리비와 펫 토털 서비스비를 따로 지불한다. 이곳 예치금이란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것으로 보호자 연령에 따라 80세 이상(80~84세)은 약 8천800만원(월세 120개월분), 80세 미만(65~79세)은 1억3천300만원(180개월분)을 미리 낸다.
 

 

일본의 월세는 도심지에다 역세권일 때는 매우 비싼 편. 그런 시장가격에 비교하면 이 곳 월세는 비싼 편이 아니다. 매달 70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 물론 매달 관리비와 펫 서비스비용 등이 추가되니, 매달 실경비는 150만원을 넘지 않나 추측된다. 

 

'초(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이미 오랜 일본의 경우,  이런 ‘서비스 제공형 민간 고령자주택’은 앞으로 점점 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과 함께 쾌적하고 안전한 노후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환경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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