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앤엠즈, 스니커즈 등을 만드는 세계적인 식품회사 '마즈'(MARS)는 펫 푸드(pet food)로도 아주 유명한 곳. 시저(Cesar), 페디그리(Pedigree), 로열 캐닌처럼 반려인이라면 다 아는 사료 브랜드들도 즐비하다.
"펫 푸드 회사에 출근하는 펫들은 맛난 사료 많이 먹을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즈 재팬의 이런 변화는 15년 전, 아주 꼼꼼한 계획 아래 진행된 빈틈없는 프로젝트였다.
우선 2005년, 회사가 사무실을 이전할 때 인근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냥이 2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때 '펫 주거, 함께 출근 가능'이란 조건을 붙여 건물주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이후 2016년 또 한 번 이전하며 사무실을 알아볼 때도 조건은 같았다. 건물주는 처음, 그런 계약을 달가와하지 않았지만 이전 건물에서도 펫 문제로 별다른 탈이 없었음을 확인한 후엔 사인을 해주었다.
당시 10살이 넘은 사무실 냥이들은 은퇴(?)을 해, 한 직원이 입양을 해갔다. 대신, 그 은퇴 냥이들의 빈자리엔 멀고 먼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 출신들이 들어왔다.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멸종 위기 바닷새들을 마주 잡아먹던 야생 고양이들을 포획한 후 육지로 데려와 순화시킨 후 입양시키는 '오가사와라 냥이 프로젝트'가 그 채널이었다. '인도주의적 외래종 대책'의 하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던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양이들을 입양한 셈이다.
모든 직원들은 이 아이들, 즉 '사무실 냥이' 돌보기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사료 주기, 건강 체크 등까지.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과 휴일엔 펫시터(pet sitter)가 와서 돌봐주고 간다.
사무실이 이미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다 보니, 개 고양이 동반 출근도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지켜야 할 룰(rule)이 있다. 만약 개 두 마리가 만나 하루 종일 서로 짖기만 한다면 사무실은 그야말로 난장판, 일하는 데도 보통 방해가 아닐 테니...
이런 경우라면 서로 시야에 들지 않는 장소에 격리시키거나, 가능하면 사이 나쁜 펫이 출근하는 날을 살짝 피하거나 한단다. 하루에 출근할 수 있는 펫을 아예 2~3마리까지 정해 놓기도 한다. 그날그날 어떤 펫들이 출근하나 알 수 있게 해두었더니, 심하게 짖어대거나 소란 피우는 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또 '고양이 알레르기(allergy)' 있는 직원한테 냥이 출근은 반갑지 않은 일. 그래서 냥이 출근 날엔 일부러 냥이 가까이 가지 않도록 서로 조심을 한다.
같은 건물 내 다른 회사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펫과 함께일 땐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공용 장소에 데려갈 땐 반드시 케이지에 넣어 다닌다.
이 모든 일을 세심하게 신경 쓰는 전담팀이 있다. 바로 사내 봉사활동팀 '펫 러빙 컬처'(pet loving culture). '펫 기르기 추진 위원회'라 할 수 있다.
"개, 고양이 기르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하나" 망설이는 사원들에겐 상담을 해 주고, 누군가 "오늘 우리 집 냥이 상태가 별로"라 하면 온갖 정보들을 서로 나눈다.
펫 역사가 오래된 일본에선 구인구직 사이트에 '펫과 함께 출근 가능함'이라 쓰인 회사들이 꽤 많다. 펫 관련 회사들은 물론, IT기업 '파레이'(フアーレイ)같은 경우도 오래전부터 펫 친화 기업으로 이름이 나 있다.
서울의 '마즈 코리아'(MARS Korea) 사무실도 웬만한 반려동물 고급 카페 못지않다. 직원들 반응은 "펫이 함께여서 번거롭기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다"라고들 한다.
그런 흐름 덕분인지 우리나라에도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출근하고 근무하는, 그런 회사들이 최근 늘고 있다니 정말 기쁜 소식이다. 따스한 분위기는 물론, 하루 일을 시작하기 전 귀여운 냥이들 쓰다듬는 행복은 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