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언제부터 아팠나요?" 우리가 병원에 가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질문이다. 이 흔한 질문이 필자가 수의사로 일하면서 환자(환견, 환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진료를 하면 힘든 점이 많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의사소통의 한계'라고 답할 것이다. 환자가 어디가, 언제부터, 얼마나 아팠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면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도, 또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물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진료와 반려동물 진료에서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엑스레이' 검사는 반려동물 진료에서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엑스레이(X-ray) 검사…몸에 해롭진 않을까 엑스레이 검사는 X-선이라고 하는 일종의 방사선을 이용해 몸 속을 들여다보는 검사다. 몸을 투과하려면 일정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용 엑스레이 검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 방사선'과 비교할 때 크게 위험하지 않다. 즉, 엑스레이로 인한 손해보다 이 검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코코타임즈】 응급중환자의학과에는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빈번하게 내원한다. 최소 한달에 4~5번 이상은 심한 빈혈, 출혈, 특수 혈액성분 부족 등으로 수혈을 진행하고 있다. 피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저산소증으로 쇼크가 발생하거나, 지혈이 되지 않아 심각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수혈이 적시에 이뤄져야 환자가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혈은 그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자정쯤이었을까. 그날도 입원 중인 환자 때문에 나를 비롯한 응급중환자의학과 스태프들이 대부분 퇴근하지 못하고 남아있었다. 다급하게 응급벨을 누르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어떤 여자분이 축 늘어진 몰티즈(말티즈)를 안고 울고 계셨다. 한눈에 봐도 사망 직전의 상태였다. 눈처럼 하얗게 늘어져있는 작은 아이.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점막들. 의식없이 거의 끊어져 가는 호흡. 우리는 신속하게 바이탈을 체크하고 산소를 연결했다. 환자의 PCV(혈액중 적혈구가 차지하는 퍼센트)도 확인했다. PCV 4%. 건강한 강아지의 PCV를 보통 37% 이상이라고 볼 때 몸에 적혈구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이것저것 고려하고 검사할…
【코코타임즈】 인간은 고대부터 많은 동물을 가축화했다.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가축화된 동물은 물론 야생의 동물을 잡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심지어는 같은 인간을 잡아먹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세계가 문명화되면서 가장 먼저 없어진 것이 식인의 풍습이다.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행위도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금지 행위에 들어가 국제범죄로 취급받고 있다. 가축의 식용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사람과 가까운 개의 경우 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식용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는 식품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아직도 축산법에 가축으로 등재돼 있다. 개를 음식으로 하는 식당, 즉 보신탕을 판매하는 업체는 정부로부터 무언의 합법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개를 식용으로 하는 풍습은 우리나라의 고유 식습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오수의 개' 이야기처럼 사람들과 개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뤘다. 삼국시대의 삽살개처럼 전국 각지의 여러 고유 품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과 500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한반도의 주인도 있다. 안타깝게도 삽살개는 일제…
【코코타임즈】 최근 반려동물 시장을 보면 예전에 비해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질 좋은 영양 공급, 수의학 발전으로 인해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도 증가했습니다. 요즘은 20살이 넘는 장수 고양이들을 기르시는 분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람 나이로는 대략 90세입니다.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이가 들면서 인간처럼 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아졌습니다. 노화가 되면 면역시스템의 능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의 발병률도 올라갑니다. 특히 사람의 치매 증상과 유사한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증상을 보이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인지기능 장애의 행동 징후는 10세 이상의 고양이에서 자주 눈에 띕니다. 관련 징후로는 △공간·방향 감각 상실 △낯익은 영역에서 방황 △노는 것에 대한 관심 부족 △과도한 수면 또는 수면 시간의 변화 △오랫동안 멍하니 벽 바라보기 △리터박스(고양이 화장실)에 소변(배변) 보지 않기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울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무는 행동 등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면 일단 신체의 다른 곳은 이상이 없는
【코코타임즈】 "항암치료요? 구토하고 얼굴은 수척해지고 머리카락도 모두 밀어야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은 '항암치료'하면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항암치료를 결정한다. 혹자들은 몸이 많이 힘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항암치료를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나 수의학에서의 항암치료 개념은 인의(사람의학)와는 조금 다르다. 반려동물에게 항암치료는 '종양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더라도 종양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멈추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들은 종양의 성장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들기 때문에 항암치료는 큰 의미가 있다.반려동물의 치료기준, 사람과 다르게 적용해야 강아지, 고양이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만큼 질병, 종양세포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하다. 이 때문에 항암치료를 통해 반려동물이 고통 없이 정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로 보호자와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항암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반려동물 치료에 있어 득과 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과 다르게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보호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
【코코타임즈】 보호자는 동물 진료비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때론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물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고도 한다. 서로 의견이 팽팽하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엔 난감하다. 이에 진료비를 해부해보면 서로의 견해차를 줄여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반려동물 보호자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천차만별이어서 불만이 많다. 중국 음식점 짜장면 가격처럼 동물병원 진료비도 어느 동네를 가나 비슷비슷했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물 의료는 규격화된 물건을 파는 게 아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해주는 서비스 상품과도 같다. 그 해결 비용은 경력, 신기술과 장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사람 진료비보다 반려동물 진료비가 비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사람 진료비와 거의 비슷하나 사람은 의료보험이 잘 돼 있기 때문에 훨씬 싼 것처럼 보인다. 인건비 재료비 시술비 수술비 등을 고려하면 사람 의료비도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동물에 대한 선입견도 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동물들은 사람보다 진료비가 비싸서는 안된다. 사람이 더 고귀한 존재이지 않는가? 글쎄, 지구적인…
【코코타임즈】 강아지의 파행과 관련된 질환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더콜리, 리트리버 등 중·대형견이 어려서부터 산책을 싫어하거나 뒷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한다면 세심한 진찰이 필요합니다. 단순 염좌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강아지의 '고관절 이형성증'(CHD; Canine hip dysplasia)을 반드시 고려해봐야 합니다. 고관절이란 골반과 뒷다리 뼈, 즉 대퇴골 사이의 관절로 보행 및 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HD는 주로 중·대형견의 고관절에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골반과 대퇴골을 이어주는 고관절이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불안정하게 존재합니다. 따라서 고관절에 향후 2단계 관절염이 진행돼 반려견들에게 통증, 파행 등 다양한 임상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유전질환 CHD, 어렸을 때부터 영향 끼쳐 중·대형견 보호자분들에게 이러한 질환 관찰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CHD는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견이 CHD일 때 자견도 CHD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은 특히 가족처럼 생활하는 반려견은 물론 시각장애인안내견, 구조견, 군견 등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강아지들에게서도 확인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코코타임즈】 보호자는 동물 진료비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때론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물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고도 한다. 서로 의견이 팽팽하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엔 난감하다. 이에 진료비를 해부해보면 서로의 견해차를 줄여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세균 감염으로 인해 자궁에 농이 가득 차는 질병이 바로 자궁축농증이다.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 있는 응급질환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과 치료만으로는 잘 낫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수술을 빨리 하는 게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수술은 난소와 자궁을 적출하는 것으로 암컷 중성화 수술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긴급을 요한다는 점, 다른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내과 치료와 외과 치료가 함께 필요하다. 자궁축농증은 질에서 농이 나오는 개방성 자궁축농증과 농이 나오지 않는 폐쇄성 자궁축농증으로 나뉜다. 그런데 폐쇄성인 경우엔 자궁축농증인지 바로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개는 심한 구토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때 신부전으로 인한 것인지, 소화기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 전염병으로 인한 것인지 등
【코코타임즈】 보호자는 동물 진료비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때론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물병원은 “진료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을 위해 ‘희생’하며 일한다고도 한다. 서로 의견이 팽팽하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엔 난감하다. 이에 진료비를 해부해보면 서로의 견해차를 줄여볼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지금까지 4회에 걸쳐 기본검사(혈액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요검사 등)비용에 대해 다뤘다. 어떤 질병인지 파악하거나, 긴박하고 어려운 수술을 하려면 몸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이 검사들을 해야 한다. 여기에 내과 치료를 하기 위해선 수액과 약물을 처치, 입원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비와 마취비, 입원비, 수액 및 약물처치 비용이 첨가된다. 이 때 청구 비용이 천차만별이며 그 격차가 상상 외로 클 수도 있다. 아직 진료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비용도 병원마다 달라진다. 그럼 병원이 각각 가격을 매기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1)시간 (2)인력 (3)수의사의 전문성 (4)수의료 행위의 난이도 (5)병원 규모 등 5가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병원 규모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눈다. 병원규모 지역병원(
【코코타임즈】 올해 6세인 치와와 사랑이는 최근 왼쪽 눈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확인돼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 사랑이는 백내장으로 진단됐습니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으로 정의되며 개에서 흔한 안과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백내장이 진행될 경우 시력소실에 이를 수 있어 보호자 사이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백내장은 노령성으로 생긴다고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어린 강아지들을 포함해 모든 개들이 백내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반려동물에서는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유전성 백내장도 많습니다. 다른 안과 질환이나 내과 질환에 의해서 백내장이 유발되기도 하고, 외상에 의해 발생하기도 합니다. 원인에 따라 일부 백내장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서 며칠 사이에 시력소실에 이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단이 빠를수록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진행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분류합니다. 단계에 따라서 관리,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1단계 또는 2단계 초기에서는 시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권하지 않고 수개월 단위의 재검을 통해 백내장 진행 여부를 관찰합니다. 2단계 중기 이후부터는 시력 저하가 나타나고, 3단계 이후부터는 시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