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강아지 고양이 발작(seizure)을 처음 겪어보는 보호자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기 일쑤다. 이때를 대비해 대처법을 미리 알고 있으면, 아이 부상도 막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보통의 경우 발작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고통이 없는 경우도 많다. 발작 그 자체로는 보호자들이 생각하고 놀라는 것만큼은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다른 심각한 중증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또 오래 지속될 경우는 그 자체로도 이미 위험하다.
발작은 뇌의 신호 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 뇌세포에서 통제되지 않은 신호가 뇌를 과도하게 자극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뇌전증'(epilepsy)이라 한다. 이전에는 '간질'이라고도 불렀지만, 이 용어가 갖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바뀐 게 한참이다.
[증상]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뉜다. 부분발작으로 시작해서 전신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부분발작은 다리 한쪽이나 몸의 한쪽에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전신발작은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키거나 몸이 뻣뻣해지고 허우적거리거나 움찔거린다. 의식이 없어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 입에 거품을 물기도 하며, 대변 또는 소변을 보기도 한다.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대개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멍해지거나, 불안 또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 등. 자꾸 구석을 찾거나, 도움을 찾아 주인에게 가는 경우도 있다.
근육이 움찔거릴 수 있으며, 침을 흘리거나 대변 및 소변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 이런 전조증상들은 발작이 일어나기 전 몇 초에서 몇 시간 동안 나타날 수 있다.
본격적인 발작은 보통 30초에서 90초 정도 일어난다. 몇 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이 쉬거나 자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땐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발작이 2분 이상 지속되거나 24시간 내에 두 번 이상 발작을 일으키면 즉시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좋다. 발작은 체온을 오르게 하며 2분 이상 지속되는 발작은 과열로 인한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발작이 반복될수록 다음 발작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발작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간질중첩증' 또는 '중첩발작'(status epilepticus)이라 한다. 이런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중첩발작이 일어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항경련제를 맞는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작 이후에는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회복하는 시간이 몇 시간 걸리기도 한다. 이때 일시적인 무감각, 의식 없는 짖음, 일시적인 방향감각 소실 등이 나타나며 침을 흘리거나 부분적인 떨림이 남아있을 수 있고 깊은 수면에 빠지기도 한다.
12시간이 지나도 발작 후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한다.
[원인]
발작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수막염, 뇌종양 등 뇌 자체의 질환일 수 있으며, 외부 충격, 저혈당, 전해질 불균형, 요독증, 간부전이나 신부전 등 뇌 외의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자일리톨, 초콜릿 등 먹어서는 안되는 식품이나 약물의 과다 복용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 뇌전증'(idiopathic epilepsy)인 경우도 많다.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고양이보다 개에게서 더 흔하다.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닥스훈트, 푸들, 저먼 셰퍼드, 비글 등이 특발성 뇌전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지만 모든 품종에서 나타날 수 있다. 주로 2~3세 사이에 시작한다.
[치료]
일단 발작이 일어나면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딱딱하거나 날카로운 물체, 또는 전깃줄 등을 치워주는 것이 우선이다. 가구 위나 계단 근처에 있다면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어야 한다.
움직임을 억지로 멈추려고 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 반려동물 혹은 본인이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발작을 일으키는 도중에는 물릴 위험이 있으므로 입 근처에 손을 가져가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발작 중에 입에 물건을 넣는 것은 오히려 치아와 턱에 부상을 입힐 수 있다.
발작이 지속되는 시간을 확인해서 수의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한 발작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수의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발작이 금방 가라앉았더라도 동물병원과 통화해서 수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발작의 원인을 밝혀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발성 뇌전증의 경우 발작이 반복된다. 완전히 없앨 수도 없다. 하지만 약물로 발생 횟수를 줄일 수는 있다. 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발작이 일어나거나 전신발작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약물로 관리를 시작한다.
[예방]
원인이 있는 '증상성 발작'(symptomatic seizure)의 경우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 또는 관리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이 먹어서는 안되는 물질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두는 습관이 독성 물질 섭취로 인한 발작을 예방할 수 있다.
특발성 뇌전증의 경우 예방이 어렵지만 발작의 발생 빈도를 줄이는 등의 관리가 가능하다. 처방받은 약은 평생 투약해야 한다. 약을 갑자기 멈추면 발작이 심해질 수 있다. 약을 멈춰야 하는 경우 수의사의 지시 사항을 따라야 한다.
브롬화칼륨(potassium bromide) 등의 약을 처방받았을 경우 과다한 소금이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 경우 소금기가 많은 간식을 주면 안 된다.
특정 상황이나 장소가 발작을 촉발 시킬 수 있으니 언제 어디서 얼마 동안 발작이 일어났는지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약물 처방과 함께 'MCT(medium-chain triglycerides) 오일'이 함유된 사료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이는 반려견 21마리를 대상으로 90일간 진행한 실험일 뿐이어서, 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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