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수의사법' 개정안을 공포하며 '동물보건사' 제도를 2년 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르면, '동물보건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평가인증을 받은 양성기관에서 일정 수준의 이론 및 실습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물보건사 국가자격시험에 응시하려면 ① 전문대 이상의 동물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② 평생교육기관의 동물 간호 교육과정(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상응) 이수한 후 동물 간호 업무 1년 이상 종사자 ③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동물 간호 관련 면허나 자격 소유자면 된다.
다만, 동물 병원에 종사하고 있는 기존 보조 인력에 대해서는 특례조항을 둬 소정의 실습 교육만 밟으면 자격시험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때도 ➀ 전문대 이상 동물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➁ 전문대 이상 졸업자로 동물 간호 업무 1년 이상 종사자 ➂ 고교 졸업자로 동물 간호 업무 3년 이상 종사자라는 3가지 기준 중의 하나는 맞춰야 한다. 즉 일반 전문대 졸업자가 지금부터 병원에 1년 이상 근무하면, 시험 볼 기회는 얻을 수 있다는 것. 현재 전국의 동물병원 진료보조인력은 약 3천 명. 정부는 "현재의 동물병원 보조인력이 전문직으로 양성되면 수준 높은 진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증가가 기대된다"라며 "미국과 같은 진료 환경으로 개선할 경우 향후 1만 3천 명까지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라고 추산했다. 한편 미국에선 전국의 동물 병원에 수의사(6만3천명)보다 오히려 더 많은 8만여 명 '수의 테크니션'이 근무하며 1인당 4천만~5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남은 과제들
지난 4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할 때를 되짚어보면 그래도 몇 가지 과제는 남는다.
먼저, 명칭을 둘러싼 사회 인식 문제. 당초 이 제도를 처음 논의할 당시엔 '동물간호복지사' '동물위생사' 같은 용어도 등장했었다. 하지만 사람에 쓰는 '간호'라는 개념을 동물에 대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간호사계의 거부감이 강해 일찌감치 '동물보건사'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물보건사를 양성할 교육기관 지정을 둘러싼 대학들 눈치싸움도 예상된다. 서울대 건국대 등 수의대학이 있는 종합대학들이 동물보건학과를 개설할 것이냐부터 전문대들도 동물보건학과를 만들려하는 등 학과 신설을 둘러싼 로비전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동물보건사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남았다. 이번 개정 수의사법은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또는 동물의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업무의 범위와 한계 등은 농식품부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수의사계에선 "동물보건사들에게 주사, 채혈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도 허용하는 것 아니냐"라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연차가 낮은 초보 수의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동물병원에 대한 규제도 강화
이번 수의사법은 이외에도 내년 3월부터는 수의사가 동물 의약품을 처방할 땐 반드시 '전자 처방전'으로내도록 했다.
지금은 수기 처방전도 병행하고 있으나, 향후 전자 처방전만 내도록 해 과잉진료나 항생제 남용 문제 등을 개선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전자 처방전을 내지 않거나 거짓으로 입력했을 경우엔 1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무자격자'가 동물병원을 개설할 경우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일부 요양병원들처럼 '사무장 병원'을 적발해 단속할 근거를 신설한 것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① 수의사 ② 국가 또는 지자체 ③ 동물진료 법인 ④ 수의대 ⑤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른 비영리법인 등 다섯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수의사법 개정과 관련, "반려동물 산업분야의 전문 직종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진료 산업 발전과 동물복지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