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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인에 잠재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좇다

한국 사상의 문화, 체계적 집대성... 교양총서 ‘사유의 한국사’ 첫 결실
2023년부터 향후 10년 걸쳐 총 100권 완성... 올해 5권 출간 예정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직무대행 임치균, 이하 한중연)이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 우리 안에 잠재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한국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편찬사업인 ‘사유의 한국사’ 교양총서 개발이 그것으로, 이번에 『의상(義相)』과 『위정척사(衛正斥邪)』 등 두 권의 책 발간을 통해 그 출발을 알리면서다. 
 

2023년 시작돼 향후 10년 간 총 100권으로 완성될 ‘사유의 한국사’ 편찬을 위해 현재는 원효, 정도전, 이익, 실학, 예학 등 30여 주제에 대한 집필이 진행 중이며, 올해는 박지원과 이색 등 사상가와 호락논쟁, 양명학, 서학 등의 사상을 다룬 5권의 책이 출간 예정으로 있다.

 

기존 연구 성과를 망라함은 물론 특정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객관적으로 서술,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인물의 사상과 개념의 통찰이라는 두 축을 엮어 한국 사상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중연 관계자는 “한국은 오천 년 역사 속에 우수한 사상과 전통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 사상은 일부 학문 분야에서만 다뤄졌을 뿐 거시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편찬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류(韓流, Korean Wave)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지금,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그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편찬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부연이다.

 

한중연에 따르면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채웅석 가톨릭대 명예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를 구성, 출판 기획부터 집필 과정, 평가까지 운영 전반에 참여토록 했다. 

 

이에 따라 편찬위는 한국사의 흐름 위에서 분야·시대·유형별로 사상적 요소를 설정해 총 100개의 주제를 정하고, 각 주제별로 최근 연구 성과를 조사해 가장 적합한 연구자를 집필자로 선정했다. 

 

특히, 짧은 호흡의 단편적 연구가 아닌,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 각 주제를 단행본 형식으로, 한 명의 연구자가 일관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3년간 집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상생 메시지 전하는 두 권의 책 

 

『의상』과 『위정척사』 두 책은 외래사상을 주체적으로 승화한 ‘회통(會通)’ 구조와 시대의 격변 속에서 융합과 조화를 추구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는 세대·성별·신분·빈부 등의 차이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 화합과 상생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제시한다. 


▲『의상(義相)』(정병삼 지음)은 한국 불교사상의 핵심인 화엄사상을 개창한 ‘의상’을 다룬 책이다. 그는 국내에서 수학하고 당에서 유학한 후 7세기 신라불교를 선도했다.

 

고려와 조선에서도 깊이 있는 사상으로 인정받았으며, 그 결과 한국 불교사에서 보기 드물게 시대를 초월해 널리 추앙받는 인물이 됐다.

 

이 책은 의상과 화엄사상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그리고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위정척사(衛正斥邪)』(노대환 지음)는 조선시대 서양 세력의 침투에 맞서 유교문화와 가치를 수호하고자 한 위정척사 사상을 다룬 책이다.

 

특히, 이 사상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 18세기 후반 척사론에서 1900년대 국권회복운동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흐름을 깊이 있게 다룬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8~19세기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정척사 사상에 대해 그동안은 개인과 학파별로 나눠진 지엽적 연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편찬하기도 했던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83년(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 정신문화의 근간을 밝히기 위해 『한국사상사대계』를 기획, 1993년 총 6권으로 완간한 바 있다.

 

『한국사상사대계』에는 철학·종교·언어·문화·예술·역사·과학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 8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 92편의 논문을 통해 한국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조명했다.

 

한중연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의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편찬사업을 일찍부터 진행해 여러 차례 완수*했다”면서 ”20세기 ‘이념의 세기’를 지나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문화의 저력은 사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사상가평전총서(中國思想家評傳叢書)』(총 200권, 2006), 『중국문화사총서(中國文化史叢書)』(총 189권, 1937~1994), 『일본사상대계(日本思想大系)』(총 67권, 1970~1982)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