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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헬스】사람에겐 드문 수정체 탈구, 강아지에겐 왜...?

 

【코코타임즈】 수정체 탈구(Lens luxation). 수정체를 잡아주는 인대(섬모체띠)가 손상되거나 약해져 수정체가 떨어지는 질환이다. 사람에겐 드물다. 인대가 튼튼해서다. 마르핀증후군 등 유전으로 인한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면 야구공에 맞는 등 예기치 않은 외상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강아지는 다르다. 의외로 많이 생긴다. 태생적으로 사람과 다르다. 특히 수정체가 떨어져 나가면 녹내장이 와서 시력을 완전히 잃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를 안재상 청담눈초롱안과동물병원 원장에게 물었다. <편집자 주>

실제로 강아지는 수정체가 눈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가?

발병 원인이 사람과 다르다. 강아지는 유전적 요인과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강아지는 수정체를 잡아주는 끈, ‘소대’(섬모체띠)가 약하게 태어난다. 수정체 끝을 빙 둘러가며 360도로 잡아줘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게 전체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대는 한번 떨어지면 다시 붙거나 회복되지 않는다.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수정체가 떨어져 나가면 눈이 안 보일텐데…?


초기에는 초점이 약간 안 맞는 증상이 있지만 강아지들은 이런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은 잘 모르고 지내다가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겉으로도 눈이 이상해보여 병원에 데리고 왔을 때에는 초점이 거의 안 맞기 때문에 앞이 뿌옇게 보이다가 나중엔 백내장이나 녹내장, 망막 박리 등 다른 병까지 생기면서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보호자들이 어떻게 발견할 수 있나?

초기에는 증상도 없고 육안으로 확인도 어렵다. 하지만 병원에선 동공을 확장시키는 안약을 넣어 수정체가 있는 동공 뒤쪽을 관찰해가며 진단한다. 갑자기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눈을 갑자기 못 뜨거나 검은 눈동자가 갑자기 뿌옇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 또 어떤 품종에 잘 생기는가?

먼저 유전적 요인을 보면 우리나라에 많은 품종으로 푸들, 코커스패니얼, 요크셔테리어 등이 있다. 이들이 나이가 들면 발병 빈도가 높아진다. 그런 품종이 아니더라도 노화와 함께 수정체가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사람에서 발생하는 것 같이 외상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저절로 복원시킬 수 없다면, 그땐 어떻게 하나?

수정체 탈구만 있고, 녹내장은 아직 없다면 인공렌즈를 공막에 봉합해주는 수술을 해준다. 이럴 땐 시력이 돌아올 확률이 80% 이상이다. 하지만 녹내장이 함께 온 경우라면 인공렌즈를 넣어줘도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녹내장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강아지 고생이 심하다. 이럴 땐, 실리콘볼을 넣어주는 ‘의안(義眼) 삽입술’을 추천한다. 시력은 돌아오지 않더라도 눈의 통증을 줄여줄 수는 있다.

 

 

인공렌즈 삽입술도 사람과 강아지 사이에 차이가 많다던데...


개 수정체는 사람 수정체보다 딱딱하다. 크기는 사람보다 3배 정도 더 크다. 그래서 제거할 때부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정체에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보니, 사람 수술에서 쓰는 기구들(캡슐 리트렉터 등)이 강아지 수술에선 잘 안 맞는다. 아예 동물 쪽에선 구할 수 없는 것도 많고...



(사진 설명: A. 수정체가 탈구돼있는 모습, B. 수정체를 고정하기 위해 capsule retractor를 적용한 모습, C/D/E. 3mm 절개를 통해 수정체를 제거 후 인공렌즈를 삽입 후 공막에 봉합하는 모습, F. 수술이 완료된 모습.)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다른 도리가 없으니, 사람 쪽 수술 도구로 하는 수 밖에 없다. 안과 수술은 정밀해야 하는데,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2018년말부턴 각막을 3mm 정도만 열고도 수정체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최소한만 절개하는 것. 그러고는 인공렌즈를 넣고 실로 고정시킨다. 일반 백내장 수술보다 5배 정도는 더 어려운 것 같더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예후가 훨씬 더 좋다.

그게 일본 수의사들에게도 소문이 났던, 바로 그 수술 아닌가?

맞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수의안과학회’에 발표를 했는데, 일본 수의사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수 제작된 인공렌즈가 아닌, 일반 인공렌즈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에도 놀라워했다.

그동안 몇 케이스를 해왔는가?

2018년말부터이니 3.5년간 70케이스 정도 했다. 성공률이 80% 조금 넘는다. 나머지는 녹내장이나 망막 박리가 와서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케이스다. 그런데, 수정체 탈구가 오면 수술하지 않고는 어차피 실명하게 되기 때문에 시력회복을 위해서는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 강아지 실명을 유발하는 건 녹내장 백내장 망막박리 망막변성증 등과 함께 수정체 탈구도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환자만의 독특한 특징도 있는가?


노령이나 유전적 요인으로 생긴다는 것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다만, 미국의 경우엔 수정체 탈구가 생기면 수정체를 제거하는 건 많이 한다. 다만 인공렌즈까지 많이 봉합하진 않더라. 오히려 안구 적출을 더 쉽게 생각한다. 미용적인 측면보단 “부작용 때문에 더 고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걸 더 염려하기 때문이다. 두 나라를 비교해보면,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고양이에겐 얼마나 발생하는가?

다행히도 고양이에겐 거의 없다. 지금까지 6년 정도 개원하면서 딱 2마리 왔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안과 쪽 질환은 강아지와 고양이 차이가 크다. 고양이는 오히려 사람과 비슷하다. 눈 구조도, 눈 특성도…예를 들어 녹내장은 사람과 고양이는 서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강아지는 급성으로 오는 경향이 있다.

안재상 원장은

지난 2016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반려동물 안과 질환만 보는 안과동물병원을 개원했다. 서울대 수의대에서 안과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미국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코넬대학 등에서 포닥(post-doctoral researcher)과 익스턴쉽(externship) 과정을 거쳤다. 수정체가 떨어져 나가는 강아지 특이 증상에 착안, 인공렌즈를 삽입해 눈의 기능을 되살리는 수술법이 대표적. 2017년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CVO) 전문의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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