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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43)한의대 없는 일본에서 한방수의학은①

 

 

【코코타임즈】 아이가 계속 기운 없어 보이고, 이유 없이 구토 증상을 보일  때가 있다. 단골 동물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해봐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한다. 

 

한편으론 반가운 소식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아이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으니 집사의 맘은 편치 않다. 

 

그런 보호자들이 적지 않은 지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운영하는 펫(pet) 포털 사이트 '십포'(sippo)엔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켄타가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어요. 살이 약간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계속 가려워하는 것 같아요. 병원에선 별 이상 없다고만 하고... 결국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중의학으로 진료하는 수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봤어요." 

 

켄타는 6살이 된 강아지. 2개월 전 이사를 해 아직 새 집에 적응이 잘 안 됐는지 식욕이 줄고 산책하는 것을 그리 반기지도 않았다. 때마침 건강 검진 주기가 되어 검사를 받았는데, 수치는 모두 정상.

 

기존 진료로는 해결 안되는 증상들... 또다른 대안으로 주목


그 때 보호자 이토씨는 우연히 본 잡지에서 '펫에게도 중의학(中医学)을'이란 글을 읽게 됐다. "병이 보이는 부분의 치료 뿐만 아니라 심신(心身)의 밸런스도 살핀다"는 말에 관심이 갔다. 곧 근처 관련 병원을 검색해 예약 후 방문했다. 

 

 

이토씨가 "선생님, 중의학에서는 사진(四診)으로 몸 전체를 진단하나요?"라고 질문하자 "그렇습니다. 사진으로 환자의 몸에 나타난 증상과 체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변증(弁証)으로, 여기서 얻은 병의 근본 원인에 맞는 처치나 치료를 하는 일을 논치(論治)라 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병원 수의사는 켄타의 눈과 귀, 입 속 상태와 배 등을 진찰하고 보호자에겐 집에서의 소리, 식욕, 음수량, 대변상태와 횟수 등을 확인했다. 

 

수의사와의 자세한 대화를 통해 반려견의 음수량은 줄고 변은 평상시보다 묽은 편, 소변색은 진하고 투명, 잘 걷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이 느리며, 귀지 색깔은 갈색, 병변이 없는데도 몸을 긁고 약간의 수면부족에 피로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수의사는 그 밖에도 여러 질문이 가득한 문진표를 보여주며 계속 설명을 해주었다. 켄타의 상태는 면역력 저하에다 신체에 열과 수분이 축적돼 피부 트러블이 일어난 상태라고 했다. 또 다음과 같은 중의학적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가려움의 원인인 열과 습기를 없애는 생약,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생약을 중심으로 처방합니다. 가려움이 진정되면 기운 없고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가 개선되므로 전체적인 원기를 보충하는 생약이 필요해요." 

 

이토씨가 병원에서 받아온 약은 탕약이 아닌 동그란 알약 형태로 켄타도 별 어려움 없이 삼킬 수 있었다. 한방약 덕분인지 켄타는 점차 몸을 긁는 행동이 줄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한방약(漢方藥)을 '한방서프리'(漢方サプリ, 한방supplement)라 한다. 즉, 건강 보충제란 의미다.  

 

이토씨의 한방 동물병원 체험담을 듣고 고양이 ‘미코’도 병원을 찾았다. 미코는 14살 고령묘. 자주 구토를 하지만, 특별히 큰 병은 없어 수의사는 "일단 상태를 두고 보자"고만 했던 것. 

 

사실 미코는 체중이 점점 늘고 있었는데, 집사는 얼마 전 새로운 아기 냥이를 들여놓은 데 따른 스트레스 때문은 아닐까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자 다시 병원을 방문, 진찰 후 처방약을 받아왔다. 반려견 캔타와 냥이 미코의 증세는 다르나, 모두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었다.

 

동물의료계에 널리 퍼진 한방 치료... JPCM과 CHI University가 산실


일본에서 '펫 한방 치료'하는 병원을 검색하면 ‘동양 의학으로 치료하는 동물병원’ 목록이 약 300곳 정도 나온다. 

 

 

일본은 한의대도, 한의사 제도도 없는 나라다. 그런데 의외로 한방 치료법은 사람, 동물 할 것 없이 꽤 많이 쓰여지고 있는 것. 

 

 

 

 

사람 병원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의과대학 출신 의사가 내과, 한방내과 등으로 진료하며 '일본 동양의학회 한방전문의'라고 소개하고있다. 

 

단, 이런 병원은 진맥과 약 처방 위주이고 침 치료는 주로 침술원의 침술사가 맡는다. 일본 주택가마다 흔히 볼 수 있는 '접골원'에서 카이로프락틱 치료와 함께 침 치료도 겸하고 있는 곳이 많다. 

 

동물병원도 마찬가지. 일반적인 양방 치료 동물병원에서 한방 치료도 겸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도쿄 아다치구(足立区)에 있는 카루가모동물병원(かるがも動物病院). 홈페이지 소개글엔 이렇게 돼 있다. 

 

"우리 병원은 한방약을 처방을 하며, 다양한 서플리먼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 없고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면역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병원에선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이란 문구, 또는 '‘동물에게 편안한 또 하나의 진료’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떤 곳은 아예 병원 이름에 '동양의학클리닉'을 넣기도 하고, '동양의학과 수중재활치료'등을 내세운 경우도 있다. 다들 침구치료, 한방약, 레이저치료, 오존요법 등의 치료 방법을 쓴다. 

 

 

 

 

그렇다면 한의대가 없는 일본에서 수의사들은 어떻게 수의한방 진료를 할 수 있는 걸까?  

 

한의사 제도가 없는 일본에선  자생적으로 수의사들이 학회를 통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 펫 중의학연구회'(JPCM, Japan association for Pet traditional Chinese Medicine)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학회다.  

 

중국 전통의학인 중의학 이론을 기초로 연수와 임상을 쌓는 수의사들이 모인 JPCM는 2013년 설립돼 현재 일본 전역의 430여곳 병원에 회원이 퍼져 있다. 

 

또 미국에 본부를 둔 'Chi University'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수의과대학 시에 교수가 1998년 설립한 한방수의학 및 대체수의학 전문 교육기관. 지금까지 전세계 70여개국 출신의 7천명 넘는 수의사들을 배출했다. 

 

실제로 이 기관의 CVA(Certified Veterinary Acupuncturist, 수의침치료인증)자격을 가지면 일본에서 수의한방 치료를 펼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격인 만큼,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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