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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38)아마미오섬 고양이 3천 마리 이사 작전

 

 

【코코타임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일본 아마미오섬(奄美大島 あまみおおしま). 가고시마현 아마미제도의 섬들 중 가장 크고 또 아름답다.  

 

그런데 이 섬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지금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3년 전 환경성에서 발표한 프로젝트 때문. 아마미오섬 곳곳에 포획틀을 설치해 섬 고양이들을 잡아온 후, 임시 수용시설에서 1주일 간 사육한 후 만약 새로운 입양처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안락사 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10년 간 3천마리의 섬냥이 '노네코'(ノネコ)들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 대체 일본 정부는 왜 이런 계획을 세운 것일까?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위해서라는데...


현재 환경성은 아마미오섬을 도쿠노섬(徳之島) 등 몇 곳과 더블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통과된다면 아마미오섬은 일본에서 다섯 번째 세계자연유산이 된다. 

 

그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섬에 서식하는 고양이들, 바로 ‘노네코’들이다. 이 ‘노네코’들이 이 섬의 ‘검은멧토끼’나 ‘케나가네즈미’라는 특별 천연기념물들을 잡아먹는 모습이 촬영돼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것. 

 

노네코가 배출한 대변에서도 이런 희귀동물의 뼈 조각 등 잔해들이 확인됐다. 노네코가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이같은 소형 포유류나 조류가 먹이로 필요했던 것.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목표로 한 섬이니 희귀동물 보호를 위해서도 이 ‘노네코’ 대책은 매우 중요했다. 2018년부터 매년 3백마리씩 노네코를 포획하겠다는 환경성 계획도 그래서 나왔다. 

 

 

 

 

일본에서 흔히 길냥이를 ‘노라네코’(野良猫)라 부르는데 이 섬에선 ‘노네코’라 한다. 그런데 그 명칭을 달리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일본에서 자연계에 있는 고양이과 동물은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야마네코’(이리오모테섬 특산 살쾡이)와 ‘츠시마야 마네코’(쓰시마에 서식하는 들고양이)뿐이다. 

 

아미미오섬엔 원래 야생 고양이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데려와 기르기 시작한 것.  

 

이 섬엔 맹독을 가진 반시뱀이 많은데, 반시뱀이 먹이인 쥐를 찾아 밭이나 주거지로 자꾸 접근하자, 주민들이 꾀를 냈다. 냥이들을 집 안팎에 풀어 쥐를 잡게 함으로써 쥐 잡기와 뱀 쫓아내기라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효과를 노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냥이들이 점차 개체 수가 늘면서 집을 떠나 스스로 소동물을 포식해가며 살아가게 됐는데, 이들이 바로 ‘노네코’라 불리는 냥이들. 

 

‘노라네코’와 확실히 구별되어 불리는 이유는 법적인 문제 때문이다. 일본 '동물(動物)보호법'에 따르면 고양이, 즉 '노라네코'는 보호 동물이므로 함부로 해치는 일은 위법 행위.  

 

하지만 ‘노네코’는 '조수(鳥獣)보호법' 에 지자체가 포획, 안락사 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해를 끼치는 유해(有害) 동물로 분류할 수 있어서다. '노네코’는 또 국제자연보호연합이 정한 ‘침략적인 외래종 워스트(worst) 100’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아마미오섬 고양이를 둘러싼 딜레마


비슷한 상황은 이미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에서도 있었다.  

 

 

멸종 위기의 새를 포식하는 이 섬의 노네코들을 도쿄로 옮겨와 사람과 친하게 만든 후 입양 보내기를 했다. 덕분에 멸종 위기의 새들 개체수를 10배 이상 늘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가사와라 제도의 경우는 이 섬이 도쿄도(東京都)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때 도쿄수의사회는 "아무리 희귀 동물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무분별한 노네코 안락사는 수의사로서 두고 볼 수 만은 없다"면서 발 벗고 나섰다 한다.  

 

희귀 동물이든 노네코든 생명의 귀중함은 같기 때문이다.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도착한 냥이들은 도쿄의 동물병원에서 보호하면서 입양처를 찾았다. 즉, 거처를 옮기는 '이사(移徙) 작전'을 쓴 것이다. 이 작전에 도쿄수의사회 소속의 약 140개 병원이 협력했다.  

 

처음엔 사람을 위험한 존재로 여겨 가까이 하지 않지만, 노네코를 순화시키면 2~3개월 후엔 사람 품에 안길 정도로 변했다. 그 후 중성화 수술과 예방 접종을 거쳐 입양 보냈다. 

 

 

 

이사 작전이 아마미오섬에선 어렵다는데...


아마미오섬 면적은 약 712 km ².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오가사와라섬의 14배 크기다.  

 

 

하지만 일본 도쿄에서 수백 km 떨어진 가고시마현의 변방 아마미오섬은 근처에서 새로운 입양처를 구하기도 어렵고, 큰 규모의 수의사회도 없다. 오가사와라 '이사 작전'을 여기에 똑같이 적용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일본 전역에는 아마미오섬 노네코 돕기에 나서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섬 노네코들의 상황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야 오가사와라 냥이들처럼 입양돼 안락사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여겨서다. 

 

2018년 이후 섬에서 포획된 노네코는 지난 4월 현재 모두 195마리. 다행히 아직 안락사가 행해지진 않았다. 현재 ‘입양 인증인’들이 냥이들을 보살피며 임시 보호 중이기 때문이다. 

 

‘아마미오 냥이 이사응원단’이란 입양 단체도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이 단체를 경유해 모두 129마리의 노네코가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보호 냥이 카페' 운영 기금을 마련하고 더 많은 냥이들이 입양 갈 수 있도록 힘쓴다. 

 

아마미오섬 고양이 문제는 "세계자연유산을 위해서라면 고양이를 없애도 되는가?"란 주제로 많은 기고가들이 글을 올리는 계기도 됐다. "사람들이 자기들 이용하려 개체 수 늘려 놓고, 이젠 또 사람들 맘대로 안락사 시키다니... 노네코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반려문화 역사는 짧지 않다. 그만큼 동물 생명과 동물권 보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뿌리 깊다. 오가사와라, 그리고 이번 아마미오 노네코들의 '이사 작전'이 그 증거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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