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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장애인의 날', 국회 문턱 넘은 안내견 '조이'

 










【코코타임즈】 '장애인의 날'인 20일, 국회가 헌정 사상 최초로 안내견의 본회의장 출입을 허가했다. 주인공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조이'(4세·래브라도 리트리버 수컷).


국회 사무처는 그동안 외국 사례까지 참고해 해결방안을 찾아왔다. 영국에선 토니 블레어 수상 시절 교육장관과 내무장관에 임명됐던 데이비드 블렁킷 의원 케이스가 있다.

그는 영국 헌정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각료.  그는 영국 의사당 출입 때는 물론 버킹엄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할 때도 안내견을 대동했었다.

주목할 것은 당시 영국 의회도, 영국 언론들도 그의 장애나 안내견을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장애와 안내견에 대한 사회 인식이 우리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차연)도 20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은 누군가의 검토나 허락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안내견의 국회 본회의장 출입 '검토' 자체가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장차연은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 제공 보장구"라며 "국회에서 출입을 검토하여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안내견의 공공시설 출입 방해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불법 행위로 처벌받고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염영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국회에서 출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며 "본인들이 시각장애인 여성이 안내견을 데리고 올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기관처럼 행세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인식 수준이 너무나 낮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2018년부터 김 당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이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이하 안내견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 조이 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 대다수는 '천사견'이라고 불리는 리트리버 종.

세계 최초 안내견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셰퍼드 종이었다. 하지만 다소 무서워 보이는 외모 등의 문제로 현재는 주로 리트리버 종이 안내견으로 활동 중이다.



리트리버는 귀여운 외모로 성격이 온순해 잘 짖지 않고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다. 최근에는 털이 긴 골든 리트리버보다 상대적으로 털이 짧아 관리가 수월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 안내견으로 많이 선호된다.

안내견학교에서는 리트리버를 안내견으로 육성하기 위해 '퍼피 워킹'(Puppy Walking)을 시행한다. 생후 7주가 넘은 예비 안내견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해 사회화 교육을 받게 하는 과정. 그 후 안내견 종합평가에 합격할 경우 안내견 보행 훈련 등 각종 훈련을 6~8개월 정도 더 받는다.

후보들 중 안내견에 최종 합격하는 비율은 30% 안팎. 안내견 후보에서 탈락한 개들은 인명구조견 등 다른 훈련을 받거나 일반 가정으로 분양된다.

안내견에 최종 합격하면 시각장애인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다. 여러 과정을 거친 뒤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선정되면 8년 정도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 후엔 안내견학교로 돌아가거나, 은퇴한 뒤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기도 한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

안내견학교가 지난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했을 때만 해도 사회 약자인 장애인과 동물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타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때.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복지법상 안내견은 식당 등 어디든지 출입이 가능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을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에 동물복지가 향상되면서 안내견의 식당 등 출입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오히려 지나치게 동물 입장에서만 보려는 시각도 생겼다. "안내견이 불쌍하다"는 시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내견들은 다른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견주와 산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안내견은 '무조건' 만지면 안 된다는 것.

최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조이를 쓰다듬었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보행 중에 만지면 안 된다"가 맞다. 사람을 좋아하는 리트리버의 특성상 낯선 사람의 손길도 거부감이 거의 없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기본적인 안내견 에티켓은 Δ주인 허락없이 만지거나 사진을 찍으면 안되고 Δ시각장애인과 함께 있을 때 큰 소리로 안내견을 부르면 안되고 Δ함부로 먹이를 주면 안 된다는 것 등.  오히려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견주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친절하게 도와주는 것이 맞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인 국회 출입을 계기로 '사람과 동물은 더불어 산다'는 사회 인식이 더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측은 "안내견이 국회를 드나들며 의정활동을 돕게 됐다"며 "이를 기회로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내견이 알려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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