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24시간 고양이 육아 대백과>를 냈던 김효진 원장(서울 성동구 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은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고양이 박람회 ‘2020 케이캣페어(K-Cat Fair)’의 수의사 특강 ‘고양이 물 많이 마시게 하기 프로젝트 ’에서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하나는 고양이가 원래 사막에서 유래한 동물(Felis Silvestris lyvica)이기 때문. 본능적으로 물을 적게 마시고, 그래서 오줌을 농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냥을 통해 수분을 섭취하는 게 습성이 되어 있기 때문. 고양이는 원래 설치류, 그중에서도 쥐를 사냥하는 동물로 하루 10마리 정도를 잡으면 별도의 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수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 쥐의 몸에 수분이 70% 정도이니 그것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것.
그런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김 원장은 “물은 신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10%만 부족해도 생명엔 치명타”라 했다.
몸에 물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가장 위험한 질환은 두 가지
‘FLUTD’(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라고도 부르는 ‘하부 요로기 증후군 ’. 젊고(2~6세) 뚱뚱한, 특히 중성화 수컷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러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평소보다 화장실에 자주 들락날락하는데, 소변량이 확 줄어든 경우. 그나마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오줌을 볼 때마다 아파하고, 그래서 한동안 아예 오줌을 누질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요로가 막혀버리면, 바로 ‘응급상황’. 방광이 파열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만성신부전’(CKD: Chronic Kidney Disease). 신장 기능이 75% 이상 소실된 상태다. 노령 고양이의 사망 원인 1위인 무서운 질병. 그런데 문제는 초기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피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해도 신부전 1단계일 수 있다.
게다가 만성신부전은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도 많이 누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물 잘 마신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최후통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전적으로 페르시안과 아비시니안이 잘 걸리는 병이기도 하다.
김효진 원장은 “매일 화장실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뿐”이라 했다. ‘습식’ 사료도, 물을 많이 마실 수 있도록 집안 환경을 바꿔주는 것도 그래서 ‘필수’다.
먼저 습식 사료는 전체의 75% 정도가 수분. 그래서 습식 사료를 먹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분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그런데 건식 사료로 길이 들었다면 습식으로 바꾸는데 아주 애를 먹을 수 있다. 그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음식 등을 거부하는 고양이의 독특한 성질(Neo-Phobia) 때문”이라며 “조금씩, 세심하게, 지속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고양이 습성에 맞춘 몇 가지 팁(tip)도 선물했다
먼저 물그릇은 투명한 유리나 세라믹. 스테인리스 등이 좋다. 반대로 플라스틱 그릇은 좋지 않다.
모양은 보통 넓적한 것이 좋다. 고양이는 입과 수염에 물이 닿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 특별하게 컵 모양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그 아이는 그럴 때 입이나 수염에 물이 닿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릇에 물은 찰랑찰랑하게 담아준다. 마찬가지 이유다.
밥그릇과는 붙어있지 않아야 한다. 특히 건식 사료라면 사료가 물에 젖으면 아예 사료조차 먹지 않으려 한다. 또한 물그릇과 화장실은 더 떨어뜨려야 한다.
이와 함께 물그릇을 벽에 붙여놓지 않도록 하고, 너무 구석으로 놓아두는 것도 금물. 야생의 습성 때문에 고양이는 절대 뒤를 드러내놓은 채 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물그릇 수는 ‘고양이 마릿수(N)+1’이 공식이다. 김 원장은 “고양이들은 정말 친하지 않으면 밥그릇, 물그릇을 절대 다른 고양이들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 3마리 키운다면 물그릇은 최소 3+1, 즉 4개 이상은 놓아두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고양이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물그릇을 놓아두는 것도 방법이고, 다묘 가정에선 분수나 정수기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 했다.
특히 물을 줄 땐 차가운 차가운 물보단 미지근한 상온의 물이 낫고, 물을 마시면 바로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