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in Top 【일본통신】(34)코로나 이겨내자는 양들의 매스게임

【일본통신】(34)코로나 이겨내자는 양들의 매스게임

by 편집위원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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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타임즈】

지난 11월 하순, 일본 치바현 교외. 이곳 목장 200마리 양들이 목장견의 능숙한 인도에 따라 무리 지어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그러다 글자가 하나 만들어졌다. ‘우시’(うし). 우리말로는 ‘소’란 뜻이다.

“2021년 소띠 해에도 잘 부탁드려요”란 뜻과 함께 힘겨운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위안의 함성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힘든 연말, 양떼가 보내온 귀여운 메시지로 일본 SNS엔 “가슴 뭉클하다”는 댓글이 가득하다. 그 많은 양들을 모아 글자를 완성시킨 목부들의 수고에도 찬사를 보냈다.

양들의 합창… “2021 소의 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양들이 특별한 신년 이벤트를 펼친 이 곳은 ‘마더목장'(マザー牧場). 엄마(mother)목장이라…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우선 그 넓이가 깜짝 놀랄만큼 크다. 전체 면적이 7만 6천평 정도로 축구경기장 약 350개 되는 넓이. 하루 종일 걸려도 다 구경하기 힘들 만큼 규모가 크다.

게다가 ‘목장 테마파크’라 할 정도로 시설이 다양하다. 농원, 화원, 공방은 물론 유원지, 식당, 숙박시설까지 갖췄다. 그래서 캐치 프레이즈도 ‘꽃과 동물들의 엔터테인먼트 팜(entertainment farm)’이다.

1962년 문을 열었으니 곧 60년이 돼가는 일본 최고의 인기 목장.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아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볐다.약 150마리의 양들이 목양견이 유도하는 대로 이동하는 ‘양들의 대행진’과 양털깍기 체험, 세계 각국 양을 소개하는 쇼 등이 특히 인기가 있다.

양 외에도 소, 말, 염소, 양, 돼지, 오리, 타조, 라마, 알파카 등도 있다. 치즈, 버터만들기 체험도 재미있다. 약 1천명 정도가 한자리에서 식사할 수 있는 징기스칸요리 식당도 있어 관광객이 아무리 많아도 걱정이 없다.

마더목장이란 이름이 붙은 데는 사연도 있다. 도쿄타워, 산케이신문 등의 창업자이기도 한 마에다 히사키치씨(1893~1986)가 나이 70이 넘어 목장을 세우고는, 자기 어머니께 바치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 한다.

매우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마에다씨는 삯바느질 일을 하며 아이들을 보살피던 어머니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마음에 남았다. “집에 소가 한 마리 있으면 사는 게 좀 편할텐데…’”

이런 대형 목장이 코로나 사태로 임시휴원이 계속 되는 등 수입 감소로 어려움에 놓이자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다 한다. 이곳 동식물들을 위해서다. 고객들도 “하루 빨리 목장을 방문하고 싶다”며 “다함께 도움이 될 방법이 있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마더목장은 지난해 9월,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많은 건물이 파손되고 정전사태로 3주간 임시휴원을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후 겨우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올해 4월부터는 코로나 여파로 또 임시휴원이 되풀이됐다. 휴원으로 인한 수입 감소는 이곳 동식물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이번 마더목장의 크라우드 펀딩에 내놓은 상품들은 연간 자유이용권, 식사권, 목장생산 수제 햄 등이다.

판매의 의미보다는 감사의 선물. 지난 10월, 목표금액 1천만 엔(약 1억 4백40만 원)을 1차 돌파했다.

이후 2차 펀딩에 들어가 목표액 2천500만 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2월 6일 현재 펀딩 참여 인원만 1천 명이 훌쩍 넘었다.

양들의 ‘우시’문자 나열 이벤트는 지난 1차 목표액 달성에 감사의 뜻으로 마련된 양들의 귀여운 이벤트이기도 했다. 목양견의 진두 지휘만으론 이렇게 문자만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그 비결은 바로 사료였다고 한다. ‘うし’모양으로 사료를 늘어 놓고 양들이 몰려들게 했다는 것.

희귀동물 많은 고베동물왕국도 크라우드 펀딩 성공

마더목장 외에도 코베시에 있는 ‘고베동물왕국’도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꽃과 동물과 사랑의 가교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12월 6일 현재 지원 총액 3천24만8천만 엔을 달성했다. 오는 10일 종료될 이 펀딩의 목표금액은 3천만엔이니 이미 달성된 셈이다.

고베동물왕국은 특히 멸종위기의 희소동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대표동물인 넓적부리황새, 사막고양이, 수마트라호랑이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역시 코로나 사태로 전년대비 60%나 방문객이 감소해 어려움에 놓이게 되자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 것. 지원금은 연간 약 3억5천만엔에 달하는 동식물 관리비용의 일부로 쓰여진다.

이번 펀딩의 지원자들에게 보내는 감사물품 중 동물캐릭터 마스크는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어버린 요즘 특히 인기몰이 중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코로나. 그 여파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도 예기치 않은 피해가 잇따른다. 목장 동물들도 마찬가지.

고베동물왕국도, 마더목장도 지금의 시련기를 견뎌내기는 다들 힘든 상황. 그래서인지 “사료비를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으로 ‘우시’ 문양을 만들어낸 마더목장 양들 사진에 “귀엽지만, 웬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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